제 765 호 긴장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해 실수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잘 알고 있던 내용도 긴장하는 순간 갑자기 생각나지 않거나, 말이 꼬여 당황하기도 한다. 특히 대학생들은 발표 수업, 면접, 대외 활동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긴장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더 열심히 준비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긴장이 너무 심해지면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고,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긴장이 왜 생기는지, 또 어떻게 하면 긴장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불안과 부담이 만들어내는 심리 반응, 긴장의 의미 긴장은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나 부담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예민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중요한 일일수록 더 많이 긴장한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나 실수에 대한 걱정이 긴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실 긴장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적당한 긴장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도와준다. 시험 전 긴장감을 느끼며 마지막까지 공부하거나, 발표 전에 연습을 반복하는 것도 긴장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너무 큰 부담감은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평소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긴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지나친 긴장으로 인해 부담 갖는 모습 (사진: https://www.brainmedia.co.kr/BrainScience/17404) 몸은 왜 긴장할까… 위기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 사람이 긴장하는 이유는 몸이 스스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발표나 시험처럼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오면 뇌는 이를 위기 상황처럼 받아들이고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손에 땀이 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반응은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방식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위험한 상황에서 빠르게 도망치거나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발달했다. 지금은 실제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나 평가받는 상황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수록 긴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못하면 창피할 것 같다'와 같은 생각이 계속되면 스스로 부담을 키우게 된다. 결국 긴장은 단순한 감정이라기보다 생각과 신체 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겪는 긴장, 일상 속 사례들 긴장을 하면 몸과 마음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손이 떨리거나 심장이 빨리 뛰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있다. 심하면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져 준비했던 내용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발표할 때 목소리가 떨리거나 말을 더듬는 것도 흔한 긴장 증상 중 하나다. 심리적으로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커질 수 있다. 작은 실수에도 크게 당황하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고, 점점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긴장을 더 심하게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학생들은 발표 수업이나 시험에서 긴장 때문에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중요한 순간에는 긴장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긴장은 특별한 사람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다. 긴장 해소 및 완화 방법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의도적으로 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긴장이 계속되면 몸은 위기 상황에 놓인 것처럼 반응하고, 심박수 증가나 근육 경직 같은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순간 전에는 긴장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잠시 멈추고 몸의 반응을 가라앉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심호흡이다. 특히 '4-7-8 호흡법'은 짧은 시간 안에 호흡을 안정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입을 다문 채 배를 부풀리며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마신다. 그다음 숨을 들이마신 상태에서 7초 동안 멈춘다. 마지막으로 배를 천천히 당기며 8초 동안 입으로 숨을 내쉰다. 이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하면 빨라진 호흡을 가라앉히고 몸의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점진적 근육 이완법도 긴장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긴장된 근육에 일부러 힘을 준 뒤 천천히 풀면서, 긴장과 이완의 차이를 느끼는 방식이다. 어깨가 굳었을 때는 어깨를 최대한 위로 올린 상태에서 10초 정도 유지한 뒤, 20초 동안 천천히 어깨를 내리며 힘이 빠지는 감각에 집중한다. 목이 뻣뻣할 때는 머리와 등을 의자에 기대고 턱을 가슴 쪽으로 붙인 뒤 10초 정도 유지한 다음, 천천히 힘을 빼며 목 뒤쪽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 ▲ 심호흡 (사진: https://www.nct.go.kr/distMental/crisis/crisis01_4_2.do) 복부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발표나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면 배에 힘이 들어가고 호흡이 얕아질 수 있다. 이때는 복부를 단단하게 긴장시킨 상태로 10초 정도 유지한 뒤, 천천히 힘을 빼며 배가 편안하게 풀리는 느낌에 집중한다. 이후 손을 배 위에 올리고 가슴이 아니라 배가 움직이도록 호흡하면 복식호흡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갑자기 불안이 커질 때는 나비 포옹법을 활용할 수 있다. 나비 포옹법은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몸을 좌우로 번갈아 두드리는 방법이다. 먼저 두 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한 뒤, 양손을 반대쪽 팔뚝 위에 올린다. 그 상태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듯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10~15번 정도 가볍게 두드린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불안한 장면이 떠오를 때, 스스로를 토닥이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 나비 포옹 (사진: https://www.nct.go.kr/distMental/crisis/crisis01_4_5.do) 불안한 생각이 많아질 때는 심상화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실수에 대한 걱정을 억지로 멈추려 하면 오히려 그 생각에 더 집중하게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바다, 숲, 햇빛, 호수처럼 편안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평소 마음이 편해지는 사진이나 장면을 정해 두면, 긴장되는 순간에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평소에 운동과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조깅, 계단 오르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몸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스트레칭은 굳은 근육을 풀어주고 몸의 긴장을 낮춰준다. 음악 감상, 산책, 예술 활동처럼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가지는 것도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긴장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약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반복적인 발표 불안이나 극심한 긴장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상담센터나 병원 등 전문 기관에 먼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내 상담센터 프로그램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도 발표 불안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학생상담센터는 ACT 기반 발표 불안을 다루는 '발표 불안 극복 집단 상담: 병아리 마이크를 잡다'를 진행했다. 발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발표 상황에서 자신감을 키우고 싶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병아리 마이크를 잡다'는 상담 선생님과 또래 대학생들이 함께 ACT 기반 기법을 활용해 발표 불안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참가자는 긴장과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 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발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 2025학년도 2학기 발표불안 극복 집단상담 포스터(사진: https://scc.smu.ac.kr/scc/board/notice.do?mode=view&articleNo=758591&article.offset=10&articleLimit=10) 긴장을 나의 리듬으로 바꾸기ᅠ 긴장은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시험이나 발표, 면접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몸과 마음은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긴장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긴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것이다. 심호흡, 근육 이완, 심상화, 가벼운 운동처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긴장을 조금씩 다룰 수 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상담센터 프로그램처럼 타인이나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긴장은 피하거나 없앨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수 있는 감정이다. 중요한 순간에 긴장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만큼 그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긴장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루는 연습이 쌓인다면, 중요한 순간에도 조금 더 차분하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지연, 서성민 수습기자
제 765 호 연결의 시대, 왜 혼자를 택하는가?
연결의 시대, 왜 혼자를 택하는가 카카오톡 알림은 끊이지 않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4시간 누군가의 일상을 전송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연결된' 세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단절'을 선택하고 있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끊임없는 관계 유지와 리액션 노동에 지친 Z세대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7명이 "혼자만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오늘 하루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는 게시글에 공감 반응이 쏟아지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제 캠퍼스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안쓰러운 광경'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읽힌다. 혼밥, 흔카, 혼행 등… 혼자의 방식은 다양하다 ▲ 평소 혼자서 하는 활동 조사 (출처: https://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949) 1인 라이프스타일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상명대 주변에는 각 유형에 딱 맞는 공간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가장 먼저 대중화된 혼밥은 이제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 아니다.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가 혼밥의 가장 큰 매력이다. 혼카 역시 카공(카페 공부)을 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멍때리는 것 자체가 힐링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부암동의 빙수 맛집 '부빙' 은 혼자 방문하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시그니처 빙수(완소빙수, 핑크 라즈베리 빙수 등)중 특히 딸기빙수가 가장 유명하며,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 창밖을 보며 멍때리기에 좋다. ▲ 홍제폭포 (사진: 박찬웅 기자) 홍제천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홍제폭포는 낙수 소리가 도시 소음을 자연스럽게 차단해 준다. 이어폰 하나 꽂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붐비지 않아 진정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쉽다. 혼자 책 한 권 들고 앉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작품 하나 앞에 얼마나 오래 서 있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혼전의 가장 큰 자유다. 3호선으로 바로 접근 가능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MMCA)은 현대미술 특유의 여백과 정적이 혼자 방문하기에 최적이다. 야외 조각 정원과 카페까지 갖춰 반나절을 충분히 보낼 수 있고, 무료 상설 전시도 운영해 부담이 없다. ▲ 서촌 거리 (사진: 박찬웅 기자) 일정을 누군가에게 맞출 필요 없이 움직이는 혼행은 멀리 갈 필요가 없다. 경복궁·창덕궁 일대는 이른 오전이나 평일 오후에 방문하면 관광객이 적어 고즈넉한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돌담길을 따라 북촌·서촌 방향으로 산책을 이어가거나, 근처 작은 찻집에서 혼차(혼자 차 마시기)로 마무리하는 반나절 혼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 부암동 풍경 (사진: 박찬웅 기자) 이외에도 서울캠퍼스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부암동도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와 세월을 간직한 식당들, 아기자기한 소품 숍과 서울 미술관을 비롯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는 혼자서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을 쉽게 혼동하곤 한다. 혼자 있는 상태를 외롭다고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철학자 폴 틸리히는 이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고통의 감각이다. 반면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혼자 있음’으로, 자신과 깊이 대화하는 내면의 공간이다. 같은 빈 방 안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과 고독을 누리는 사람의 경험은 전혀 다르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은 때때로 불안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아무 영상이나 틀거나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는 이유는 혼자 있음을 외로움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뎌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고독의 문 앞에 다다를 수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이 흘렀는지 되돌아보거나, 음악 한 곡을 온전히 집중해서 듣거나, 아무 목적 없이 산책하면서 생각이 떠오르도록 두는 것. 이러한 행위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해 귀 기울이는 연습이다. 즉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있을 때, 우리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혼자 있는 시간이 자동으로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이다. 타인에게서 잠시 멀어지는 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기회로 바라볼 때 고독은 비로소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나를 찾는 시간, 고독 우리는 늘 바쁘다. 쉬는 시간에도 무리 지어 이야기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화면 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혼자인 시간은 마치 생산성 없는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성실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듯,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상처받으며, 어떤 꿈을 품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타인이 대신 찾아줄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나와 함께 있는 시간 안에서 조금씩 찾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이어폰을 빼고, 화면을 내려놓고, 그냥 가만히 있어 보는 것. 불편하다면 그것도 좋은 신호다. 그 불편함 너머에 당신이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혼자인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박찬웅 기자, 김건우 수습기자
제 765 호 SNS 타고 번진 우베 열풍…글로벌 시장 흔드는 아시아 식재료
SNS 타고 번진 우베 열풍…글로벌 시장 흔드는 아시아 식재료 ▲ 우베 외형 (사진: https://link24.kr/3NKlgHn) 최근 카페와 프랜차이즈 디저트 시장에서 '우베(Ube)'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카페 진열대에는 보랏빛 크림이 올라간 라떼와 도넛, 케이크가 등장하고 있고, SNS에서는 우베 디저트 인증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초록빛 말차 디저트가 젊은 소비자층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면, 이제는 보랏빛 우베가 새로운 '인증샷 디저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우베가 어떤 식재료인지와 함께 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나아가 우베·말차·흑임자 등 아시아 식재료들이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2의 말차'로 떠오른 우베 우베는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보라색 참마(Purple Yam)다. 자색고구마와 비슷한 외형을 가졌지만, 맛은 조금 다르다. 은은한 바닐라 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며, 우유나 생크림과 잘 어울려 음료와 디저트 재료로 널리 활용된다. 필리핀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통 디저트 재료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디저트 원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베가 빠르게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SNS 친화적인 비주얼 때문이다. 소량만 넣어도 강렬한 보랏빛 색을 낼 수 있어 사진과 영상에서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띈다. 실제로 최근 디저트 시장에서는 '맛있는 음식'보다 '찍고 싶은 음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디저트 경쟁이 맛과 가격, 용량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진으로 남겼을 때 얼마나 돋보이는지가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 인스타그램의 우베 관련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우베 열풍은 '보는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문화와 맞닿아 있다. 보라색은 매장 진열대에서도 눈에 띄고, SNS 피드 안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는 '#ube' 해시태그 게시물이 76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베 음료를 들고 찍은 사진이나 보랏빛 케이크 단면을 강조한 영상 콘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역시 우베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젊은 소비자층은 단순히 칼로리가 낮은 음식보다,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베는 식물성 원료라는 점과 함께 항산화 성분, 건강식 이미지가 더해지며 '웰니스 디저트'라는 인식까지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베를 두고 "제2의 말차"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차는 쌉싸름한 맛을 어느 정도로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우베는 달콤한 바닐라 풍미가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며 "신제품 개발 속도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어 여러 업체가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차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었다면, 우베는 비교적 대중적인 단맛을 갖고 있어 소비자 접근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영국·일본 거쳐 한국까지…글로벌 트렌드 된 우베 우베 열풍은 한국보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2020년 대형 유통업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우베 아이스크림과 팬케이크 믹스를 출시하며 대중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조금씩 관심을 받던 우베는 '스타벅스'가 미국 일부 매장에서 우베 음료를 판매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트렌드로 떠올랐다. '스타벅스'는 올해 '우베 코코넛 마키아토' 등을 출시하며 우베 열풍 확산에 힘을 실었다. 영국의 코스타 커피(Costa Coffee)도 우베 핫초코를 출시했고, 일본에서는 편의점 디저트 시장을 중심으로 우베 제품이 등장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색감이 강한 디저트가 SNS에서 주목받는 소비 문화와 맞물리며 우베 관련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국내 시장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쳤다. 최근 '스타벅스 Korea'는 '우베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출시했고, '파리바게트'는 '우베 생크림빵'과 '우베 라떼'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노티드', '투썸 플레이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우베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며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 ▲ 편의점에 출시된 우베 쿠키 (사진: 이윤진 기자) 편의점에서도 우베로 만든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 다양한 디저트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연세유업의 '연세우유 우베 생크림빵'은 출시 4일 만에 5만 개 이상 판매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 필리핀산 우베 파우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베·흑임자·유자…아시아 식재료의 글로벌화 우베 열풍은 단순히 하나의 디저트 유행이라기보다 아시아 식재료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해외에서는 김치와 유자, 팥 등이 새로운 아시아 식문화의 상징처럼 소비된 바 있다. 최근에는 우베뿐 아니라 흑임자(검은깨) 역시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검은깨를 넣은 말차 음료 검색량이 147% 급증하는 등 미국 전역의 트렌디한 카페와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흑임자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시아 음식 문화에서나 익숙했던 검은깨가 미국에서는 독특한 풍미와 건강 이미지를 가진 프리미엄 식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단순히 새로운 맛을 찾는 것을 넘어, 특정 지역의 식문화 자체를 경험하려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서구권 디저트 문화가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아시아 식재료와 음식 문화가 역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SNS는 이러한 확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메뉴가 영상 플랫폼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식재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우베 역시 필리핀 전통 식재료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미국과 일본, 한국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로벌 디저트 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 '빽다방'에 출시된 우베 음료 (사진: 이윤진 기자) 단순한 유행 넘어 새로운 식문화로 다만 우베 열풍이 계속되면서 원재료 수급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우베는 재배 기간이 최소 9개월 이상으로 길고 기후 변화에도 민감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최근 글로벌 수요 증가로 수출량이 크게 늘어나며 공급 부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필리핀이 자국 수요를 맞추기 위해 베트남산 우베를 수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베가 단순한 '반짝 유행'에 그칠지, 말차처럼 장기적인 식재료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우베 열풍은 단순한 디저트 유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식문화의 확산, SNS 중심 소비 문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가 하나로 결합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말차에 이어 우베가 새로운 식재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다음에는 또 어떤 나라의 식문화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될지 관심을 끈다. 이윤진 기자
제 763 호 고르다 끝나는 시대, OTT의 역설
▲대표적인 OTT 플랫폼의 로고 (사진: https://www.business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0123#google_vignette) 무료한 주말 오후, 넷플릭스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을 켜고 볼만한 콘텐츠를 고르다가 포기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볼만한’ 콘텐츠를 찾지 못해 결국 플랫폼을 종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성 속에서 오히려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된 것일까, 아니면 더 많은 선택 앞에서 길을 잃고 있는 것일까. OTT의 확산과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결과 (사진: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1215000031) OTT는 지난 10년 사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우리나라의 OTT 시장은 매년 28%씩 성장했다. 더불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결과, OTT는 최근 1년 콘텐츠 분야별 이용률에서 89.1%로 1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은 OTT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 소비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온디맨드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소비자가 콘텐츠 선택의 주체가 되어 개인의 취향과 일정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콘텐츠 선택의 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하나의 플랫폼만으로도 수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며,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 그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OTT 서비스의 확산은 소비자에게 이점만을 제공하는 듯 하지만, 이 능동적 선택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한 '선택 피로' 현상 ▲선택 피로 현상 (사진: Chat gpt) 하나의 콘텐츠를 선택하기까지 OTT 플랫폼 소비자는 장르와 줄거리, 배우, 평점까지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여기에 플랫폼별 추천 콘텐츠까지 더해지면서 비교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되고, 결정이 지연되거나 선택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에서 ‘선택 과부하’ 또는 ‘결정 마비’로 설명된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보 처리에 필요한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곧 의사결정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선택의 질과 속도 모두가 떨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선택 피로 현상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OTT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역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안하지만, 유사한 유형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택의 범위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으며, 소비자의 피로도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실제로 OTT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엇을 볼지 고르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는 경험이 빈번하게 공유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콘텐츠 소비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풍부한 선택지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선택 과정에서의 부담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선택의 자유가 확대될수록 선택의 책임 또한 증가하며, 그 결과 소비자는 점차 피로를 경험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OTT 플랫폼에 주어진 과제 OTT 서비스는 콘텐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키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용자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콘텐츠 소비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선택의 과잉으로 인한 ‘선택 피로’는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의 양적 확대가 반드시 소비 경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OTT 환경은 ‘풍요 속 결핍’이라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OTT 시대의 과제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의미 있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있다.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현실 속에서, 이용자가 보다 쉽게 선택하고 온전히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웅 기자
제 762 호 고르기 어려운 점심 메뉴, 편의점에서 골라보자!
고르기 어려운 점심 메뉴, 편의점에서 골라보자! 학교생활에서 점심시간은 강의가 연달아 있는 학생들에게는 잠깐의 쉬는 시간에 해결해야 하고,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학생들은 높은 물가 때문에 외식 한 번이 부담스럽다. 교내 학생 식당이 있지만 오후 2시면 문을 닫아버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가파른 학교 언덕을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고, 막상 내려가더라도 학교 주변에는 마땅한 식당조차 별로 없다. 이처럼 매일 반복되는 메뉴 선정의 피로감과 지리적, 시간적, 금전적 부담을 단번에 덜어줄 대안으로 편의점 점심이 최선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과 가성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편의점 ▲서울캠퍼스 주변의 편의점 지도 (사진: https://map.naver.com/p/) ▲천안캠퍼스 주변의 편의점 지도 (사진: https://map.naver.com/p/) 최근 대학생들이 편의점 점심을 선호하는 이유는 캠퍼스의 지리적 한계를 보완하고 학생들의 생활 방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뛰어난 접근성이다. 가파른 언덕이 많은 서울캠퍼스의 경우 이 장점이 크게 작용한다. 지도를 보면 학생들의 주요 이동 경로에 편의점이 위치해 있다. 서울캠퍼스에는 사범대와 버스 정류장 반대편에 GS25가 있다. 외부에는 정문 언덕을 올라오는 길에 CU, 정문 언덕 밑에 GS25, 후문 언덕 밑에 CU와 GS25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짧은 공강 시간에 언덕 아래 식당까지 다녀올 필요 없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시간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둘째, 합리적인 가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두 달 전 서울 지역 칼국수 한 그릇 평균 가격은 9,923원으로 전월(9,462원) 대비 4.9% 올랐다. 편의점 또한 물가가 올랐지만 4,000~5,000원대면 반찬이 갖춰진 도시락을, 3,000~4,000원대면 샐러드/샌드위치/삼각김밥/컵라면 등으로 한 끼를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 멤버십 할인이나 각 편의점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월정액 할인 혜택), 그리고 플러스 행사를 활용하면 식비를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흑백 요리사 2>와 CU의 협업 상품 (사진:https://share.google/aDTtlTCHtlhoSXVBA) 셋째, 개선된 품질과 다양한 메뉴 선택지이다. 과거 편의점 음식이 간단히 때우는 용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전반적인 질이 향상되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며 유명 외식 브랜드나 인기 프로그램의 셰프와 협업한 도시락, 김밥, 디저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식품은 학생들 각자의 취향에 맞춰 여러 제품을 조합해 먹을 수 있기에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실제로 지난 3월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의 올해 초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었다. 같은 시간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간편식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며 김밥은 13.4%, 주먹밥은 14.3%, 샌드위치는 13.0% 증가했다. CU 역시 같은 기간 도시락 매출이 12.4%, 김밥은 18.7% 늘었다. 특히 건강식을 찾는 수요가 오르며 샐러드 매출이 13.8%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도시락(11%), 김밥(14%) 등 주요 품목에서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통계는 편의점 이용의 실질적인 인기를 체감하게 한다. 이제 고민 끝, GS25에서 바로 담아야 할 점심 조합 조합 1. 짬짜면이 먹고 싶다면, 공화춘 + 간짬뽕 조합 원래 군대 PX에서 유행하던 꿀조합 레시피가 편의점으로 넘어온 경우이다. 공화춘 짜장 컵라면과 간짬뽕을 각각 조리한 뒤, 짜장면 위에 짬뽕 국물을 부어 함께 비비면 된다. 짬짜면 전문점 부럽지 않은 한 끼가 단 3,600원으로 완성된다. 시간이 촉박한 점심시간에도, 친구와 함께 색다른 조합을 시도해 보고 싶을 때도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컵라면 두 개만 담으면 끝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빅팜 소시지나 어묵꼬치 같은 핫바 하나를 곁들이면 조합의 완성도가 한층 올라간다. 면 요리만으로 아쉬운 포만감과 단백질을 간단하게 보완할 수 있어,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꼭 추가해 볼만하다. 조합 2.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닭가슴살 소시지 + 프로틴 음료 조합 헬스를 하거나 단백질 섭취가 신경 쓰이는 날을 위한 조합이다. 닭가슴살 소시지와 프로틴 음료를 함께 담으면 총 5,800원으로 단백질 보충과 한 끼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GS25는 2025년 닭가슴살 제품 가격을 기존 대비 약 22% 인하하며 단백질 간편식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어, 부담 없이 꾸준히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오후 운동을 앞두고 있다면 더욱 추천하는 조합이다. 조합 3.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하다면, 도시락 단일 조합 편의점 도시락의 완성도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GS25의 혜자로운 도시락 시리즈는 고물가 속에서도 3,000원~6,200원대 가격을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고, 신제품 출시 일주일 만에 15만 개가 팔릴 만큼 수요도 높다. 좀 더 특별한 한 끼를 원한다면 에드워드 리 셰프 컬래버 도시락도 좋은 선택이다. 폭립&갈비함박, 버번소스 돈목살덮밥 등 레스토랑급 구성을 5,500~5,900원에 즐길 수 있어, 평범한 편의점 도시락과는 확실히 다른 만족감을 준다. 오전 내내 수업을 듣고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할 때, 아쉽지 않을 선택이다. GS25 우리동네GS doq에선 이벤트 및 할인으로 도시락 및 즉석식품을 최대 45% 할인받을 수 있다. 특히 이달의 피크닉 도시락(5,900원)은 4월 7일부터 30일까지 농협카드로 결제 시 50% 할인이 적용되어 실제로는 2,950원에 즐길 수 있다. 카드 한 장 차이로 도시락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니, 농협카드가 있다면 반드시 챙겨두자. 나만의 꿀조합, 이제 당신 차례다 매일 반복되는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고민, 사실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긴 줄도, 배달비도, 먼 거리도 필요 없이 학교 앞 GS25 한 곳에서 충분히 해결된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편의점 점심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상시 운영되는 플러스 행사다.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처럼 익숙한 메뉴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단순하다. 빠르게 먹을 수 있고, 익숙한 맛에 부담 없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합 하나만 더하면 단순한 한 끼가 꽤 만족스러운 식사로 바뀐다. 결국 편의점 점심의 매력은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 시간이 없다면 삼각김밥 조합을, 배가 많이 고프다면 도시락 조합을, 운동 후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면 닭가슴살이나 단백질 음료를 더한 조합을 고르면 된다.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맞게 메뉴를 조합하는 순간, 편의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나만의 식당이 된다. 변의정 기자, 김건우 수습기자
제 762 호 MZ세대가 불교를 다시 읽는 방식, 불교 코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교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불교는 더 이상 엄숙하고 거리감 있는 종교로만 머무르지 않고, 젊은 세대의 취향과 감각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진스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불교 관련 도서, 템플스테이 등의 사례는 불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 코어란 불교 코어는 일상복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와 불교를 합성한 말로,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교 철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패션·공간·굿즈 등 일상 전반에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현상이다. 전통적인 종교 실천이라기보다, 불교의 상징이나 사유 방식을 보다 가볍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즉 믿어야 하는 종교로서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는 일종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불교 코어 확산 배경 불교 코어 확산의 중심에는 ‘뉴진스님’으로 알려진 스님이 있다. 2025년 승려복 차림으로 불교박람회 EDM 무대에 올라 “극락도 락이다” 같은 유쾌한 표현으로 불교를 풀어내며 MZ세대에게 기존 종교 이미지와는 다른 인상을 남겼다. 당시 2025 불교박람회는 전년보다 관람객이 3배 이상 늘었고, 관람객의 80%가 2030세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등회와 뉴진스님 관련 영상도 SNS에서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와 같은 불교의 해체적 태도는 불교를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부처상에 헤드셋을 씌우거나 불교를 현대적인 언어로 바꾸는 시도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불교가 성취를 키우기보다 욕망을 줄이는 데 방점을 두는 종교라는 점에서, 경쟁과 불안 속에 놓인 청년층에게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불교 코어 사례 불교 코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들 수 있다.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불교가 놀이가 되고, 전통이 산업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체험형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반야심경을 현대 음악과 결합한 ‘공 파티’, 관람객이 메시지를 뽑는 ‘공 뽑기’, 크리에이터 굿즈전, AI를 활용한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박람회에는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방문객 가운데 2030세대는 73%였고, 무종교인 비중도 48%에 육박했다. 현장에는 2030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몰렸으며, 높은 관심 속에 현장 등록이 조기에 마감되기도 했다.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포스터 (사진: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729)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 (사진: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729) 불교 관련 상품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판매된 ‘깨닫다’ 티셔츠처럼, 부처나 불교의 메시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제작·판매되고 있다. 불교 관련 도서의 판매 증가도 두드러진다. ‘반야심경’ 관련 서적의 2030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9% 늘었고,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의 2030 독자 구매량도 58.6% 증가했다. 『초역 부처의 말』은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고, 『싯다르타』 역시 2030 독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템플스테이 참여자 가운데 20~30대 비중도 2019년 32.1%에서 2023년 40.7%로 증가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사진: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938783) 이 밖에도 ‘나는 절로, 직지사’처럼 사찰을 배경으로 한 만남 프로그램, AI가 마음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명상법을 제안하는 국제선명상대회, 불교 기반 브랜드와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 등은 불교가 더 이상 종교로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문화로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MZ세대는 불교에 끌리는가 MZ세대가 불교에 끌리는 데에는 불교의 개방적인 성격과 이를 접하는 방식의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10~20대를 중심으로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믿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외부의 절대자보다 자기 안을 돌아보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청년층에게는 부담이 적고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된다. 여기에 콘텐츠를 통한 접근성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블랙핑크 제니의 ‘ZEN’ 뮤직비디오 해석 영상처럼 불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더 이상 낯선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템플스테이와 명상 같은 체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불교 코어의 한계 불교 코어를 둘러싸고는 상업화와 피상적 소비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나온다. 불교박람회에서는 예년보다 높아진 굿즈 가격과 불교 본연의 가치와 다소 거리가 있는 상품 구성, 수행과 성찰 중심의 부스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입장 대기와 사전 등록 혼선까지 겹치며 운영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불교 용어가 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청년층의 고통을 잠시 덜어주는 문화 소비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 관심이 더 깊은 이해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열기 역시 일시적인 관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 코어의 확산, 그 다음은 ▲ 불교코어 티셔츠 홍보 포스터 (사진: https://www.instagram.com/p/DH41mM4TTJQ/) 불교 코어는 단순히 종교가 젊어졌다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콘텐츠, 박람회,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심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확산이 콘텐츠와 행사 중심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도 관심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결국 불교 코어의 지속적인 유지는 이러한 관심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지연 기자
제 762 호 세컨핸드가 ‘힙’이 된 시대, 커지는 리커머스 시장
최근 세컨핸드 트렌드와 리커머스 시장이 유통 업계와 소비문화 전반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과거 중고 거래가 불황기 대안이나 개인 간 거래 중심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 백화점까지 참여하는 유통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속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과 취향을 드러내려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면서, 세컨핸드와 리커머스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세컨핸드와 리커머스 시장이란 세컨핸드는 중고 거래로, 다른 사람이 한 차례 사용했거나 소유했던 물건을 다시 소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중고 거래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패션 분야를 중심으로 더 자주 사용된다. 빈티지나 구제가 희소성 및 연식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면, 세컨핸드는 비교적 최근 상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리커머스 시장은 세컨핸드 소비가 체계적인 시장 구조를 갖추어 발전한 형태이다. 단순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플랫폼이 검수와 정산을 담당하고, 브랜드와 유통사가 직접 재판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 거래를 자사 포인트와 연계하거나 재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도 등장하면서 리커머스는 하나의 유통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 달라지는 인식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5년 43조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이 2023년 26조 원, 2024년 약 3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 국내 중고거래시장 규모 전망 (사진: https://www.mt.co.kr/living/2026/03/07/2026030511103018447) 실제 거래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했고, 플랫폼 전체 거래 건수도 52% 늘었다. 무신사 유즈드 역시 서비스 초기와 비교해 거래액이 374% 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응답자의 61.7%가 중고 의류 소비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고,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43.2%에 달했다. 최근 1년 내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경험은 10대 64.0%, 20대 68.0%, 30대 62.0%, 40대 59.0%, 50대 51.0%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이용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세컨핸드가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커머스 시장 사례 ▲ 동묘 빈티지샵 추천 (사진: https://www.instagram.com/p/C2ev9rhLJSH/) 리커머스 시장의 변화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동묘이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중심의 중고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102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직접 골목을 돌며 자신만의 물건을 찾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즐길 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번개장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000만 명, 월간 거래액은 평균 8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용자의 60% 이상이 2030세대이며, 글로벌 거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중고 거래가 해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 유통업계 역시 직접 리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유즈드’를 통해 중고 거래 서비스를 확장했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보유한 중고 제품을 보내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LF와 코오롱FnC 역시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리세일 구조를 구축하거나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하며 리커머스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중고 거래가 더 이상 일부 플랫폼만의 영역이 아니라, 브랜드와 유통사가 직접 관리하는 공식 유통 구조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무신사 유즈드 (사진: https://www.musinsa.com/content/1406910873747760340) 리커머스 시장의 성장 배경 리커머스 시장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고물가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중고 의류 구매 경험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79.1%는 중고 의류를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인식했고, ‘정가보다 저렴해서 좋다’는 응답은 81.4%, ‘새 상품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32.0%였다. 이와 더불어 패스트 패션에 대한 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의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이미 생산된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소비가 환경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고 거래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가치소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소비 심리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리커머스는 단순히 저렴해서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가격의 타당성과 재판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는 희소성이나 브랜드 가치까지 따져 구매를 결정하며, 환경을 고려한 소비라는 만족감도 얻는다. 또한 하나의 물건을 오래 소유하기보다, 경험한 뒤 다시 판매하고 다음 소비로 이어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한정판이나 희소 상품을 찾기 위한 중고 거래 이용이 늘고 있으며, 취향 탐색과 재소비가 연결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소비문화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 리커머스 확산은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단계에서부터 재판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하나의 중고 거래가 또 다른 중고 거래로 이어지는 소비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중고 의류 판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0.4%에 달했으며, 판매 이유로는 ‘버리기 아까워서’와 ‘잘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락인 효과도 나타난다. 고객이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포인트를 받으면, 그 포인트는 다시 같은 브랜드나 플랫폼 안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를 활용해 고객이 자사 유통망 안에서 중고 거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리세일 보상을 자사몰 포인트로 지급해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중고 의류 구매 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요소로는 제품 상태 불량 50.8%, 거래 사기 44.7%, 가품 우려 37.7%가 꼽혔다. 향후 중고 의류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응답은 높지만, 품질 차이와 신뢰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리커머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거래 편의성뿐 아니라 검수, 품질 관리, 소비자 보호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확산되는 리커머스, 앞으로의 과제 세컨핸드 트렌드와 리커머스 시장의 확대는 단순한 중고 거래 증가로만 볼 수 없다. 고물가에 대응하려는 실속 소비, 패스트 패션에 대한 피로감, 가치소비와 취향 소비, 재판매까지 고려하는 순환형 소비가 한데 맞물리며 새로운 시장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확대가 곧바로 건강한 소비문화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리커머스 시장은 거래 신뢰와 품질 관리,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컨핸드가 하나의 주류 흐름으로 떠오른 지금, 리커머스 시장은 앞으로의 소비문화와 유통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김지연 기자
제 762 호 수어가 연결하는 세상, 소통의 현주소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다시 되돌아본다. 점자블록이나 저상버스처럼 눈에 보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장벽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장벽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소통의 장벽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 한마디, 안내방송 한 줄, 짧은 설명 하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닿지 않는 정보가 된다. 특히 소통의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정보 접근과 사회 참여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수어 통역과 배리어프리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수어는 낯선 언어로 남아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수어가 지닌 의미와 이를 둘러싼 최근의 변화를 다시 살펴볼 시점이다. 수어에 대한 이해와 오해 수어는 소리로 말을 배우기 어려운 농인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독립된 어휘와 문법 체계를 갖추었으며, 손과 손가락의 모양(수형)/손바닥의 방향(수향)/손의 위치(수위)/손의 움직임(수동) 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한국어와는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한 언어다. 과거에는 ‘수화’라고 불렀지만,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 이를 하나의 언어로 본다는 의미를 담아 ‘수화언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수어’ 또는 ‘수화언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때 농인은 청각장애인 전체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청각장애인 가운데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청각장애인을 농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러한 언어생활과 정체성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이 농문화다. 수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의 독립된 언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 공통어라는 인식과는 달리, 나라별로 다르게 발달해 서로 다른 언어로 존재한다. 또한 수어를 익혔다면 한국어로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농인에게 한국어는 또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농인이 상대방의 입 모양만 보고도 이해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한국어 단어와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이 입 모양만으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수어를 하는 모습 (사진: https://www.dongascience.com/ko/news/76278) 수어를 둘러싼 변화 최근 수어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 중 하나는 국회의 수어통역사 직접고용이다. 국회는 2026년 3월, 기존 용역 계약 형태로 운영해 오던 수어통역사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신규 수어통역사 8명을 임명했다. 이는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수어의 사용 환경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한국수어사전’에는 1만 5천 개가 넘는 수어가 등록돼 있으며, 일상생활 수어뿐 아니라 법률·교통·의학 같은 전문 용어와 문화정보 수어까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더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외래어와 고유명사도 관련 기관의 연구를 거쳐 계속 보급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질병관리청과 각 지자체의 브리핑 화면 한쪽에 수어통역이 함께 제공되면서 시민들이 수어를 이전보다 자주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수어를 사용하는 인물이나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어통역 활동가 양성 교육이나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어 교육 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수어를 사용하는 연예인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시작된 변화,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충분한 환경 조성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 제도상 지상파 방송의 수어통역 편성 의무 비율은 전체 방송 시간의 7% 수준에 그친다. 교육 현장에서도 한계는 분명하다. 지난해 전국 청각장애 학생 2,812명 가운데 1,653명, 즉 58.8%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어통역이나 전문 지원 인력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 수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넉넉하지 않다. 최근 5년 사이 청각장애 특수학교는 강원과 전남에서 각각 1곳씩 문을 닫아 전국 12곳만이 남았고, 이 가운데 7곳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의 2023년 조사에서도 청각장애인 응답자 500명 중 84.6%가 학교에서 가장 원하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수어를 꼽았지만, 언어 능력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6세 미만 시기에 수어를 배운 비율은 10.2%에 불과했다. ▲ 전국 청각장애 학생 수와 특수학교 수 비교 (사진: https://www.seoul.co.kr/news/society/education-news/2026/02/04/20260204010003?wlog_tag3=naver) 고용 문제도 비슷하다. 2024년 새로 등록된 장애인 85,947명 가운데 청각장애인은 3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2025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서 청각장애인 고용률은 29.5%에 머물렀다. 이는 시각장애인 42.6%, 지체장애인 42.3%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이다. 이처럼 수어의 공용어 지위 확보와 접근성 확대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농인들의 삶으로까지 변화가 충분히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적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이행은 여전히 더디다. 진정한 포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의 마련을 넘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내미는 손, 수어 수어는 단순한 몸짓이 아닌 하나의 완전한 언어이며 농문화의 핵심이다. 수어를 배운다는 것은 소통의 도구를 하나 더 익히는 것을 넘어, 농인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서는 행동이다. 장애에 대한 이해는 결국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며, 수어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아래 한글 수어 자음·모음 사진을 참고하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수어로 표현해 볼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작은 손짓 하나로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움직임이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 한글 지문자 (사진: https://news.mj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569) 김지연 기자, 서성민 수습기자
제 761 호 스트리밍 시대에 LP를 찾는 사람들
▲ 다양한 장르의 LP 앨범들 (사진: 박찬웅 기자)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수천만 곡을 들을 수 있는 시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이후 음악 시장은 ‘소유’ 중심에서 ‘접근’ 중심으로 이동해 왔다. 특정 음반을 구매하지 않아도 원하는 음악을 즉시 선택해서 듣고,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곡을 발견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작년 기준 전체 음악 산업 매출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음악 산업의 중심이었던 CD나 카세트 테이프 등은 점차 사장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 산업의 흐름 속에서 이례적으로 LP(바이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LP 시장은 작년 기준으로 약 6.1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LP 산업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11.2%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때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으며 점차 사라지는 듯 했던 LP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접근’에서 ‘소유’로, LP의 재발견 ▲1960년대 LP 앨범 (사진: 박찬웅 기자) Long Playing Record, 약칭 LP는 기존 음반 규격인 SP의 짧은 재생 시간과 낮은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매체다. 1948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1960년대 ‘앨범’이라는 개념이 확립되면서 LP는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이러한 전성기는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휴대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CD와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하면서 LP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0년대에 들어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자, LP는 사실상 주변 매체로 밀려났다. 실제로 한때 국내에서는 약 13년 동안 LP를 생산하는 공장이 전무할 정도로, LP는 완전히 과거의 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렇게 잊혀지는 듯 했던 LP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지털 중심의 음악 시장 속에서 ‘소유’에 대한 욕구가 다시 부각받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음악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가진다’는 개념은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음악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실물로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고, LP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매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LP는 단순한 음반이 아니라 ‘경험’의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턴테이블 위에 음반을 올리고 바늘을 내려 음악을 감상하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적인 행위가 된다. 디지털 음원이 제공하는 즉각성과 편리함과 달리, LP는 느림과 불편함을 통해 오히려 음악 감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경험은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P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문화적 상징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LP를 수집하거나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LP는 단순한 음악 매체를 넘어 하나의 감성적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소장하거나 희귀한 음반을 찾는 과정은 취미이자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SNS를 통해 공유되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LP에서 만나다 ▲LP를 파는 레코드숍 (사진: 박찬웅 기자) 최근 LP의 유행을 보여주는 장면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대와 이태원, 성수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동네에 위치한 LP 카페와 레코드숍은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음악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예스24의 LP 연령별 구매자 연령비 조사에 따르면 20~30대가 전체 LP 구매의 약 36.3%를 차지한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를 경험한 적이 없는 젊은 세대가 오히려 물리적 소유와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은 새로운 음악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편리함과 알고리즘 기반 추천으로 접근성을 극대화한다. 반면 LP는 느리지만 몰입도 높은 감상 경험을 제공하며, 음악을 단순 소비하는 것을 넘어 행위 자체가 경험이 되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발견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곡이나 앨범을 LP로 소장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재발매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LP (사진: 박찬웅 기자) 음악 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음반사들은 단순히 디지털 음원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LP와 굿즈를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컬러 바이닐, 한정판 LP, 사인 음반 등은 음악 감상을 넘어 취향과 팬덤을 드러내는 문화적 상징이 되어 LP가 단순한 소비가 아닌 경험적, 문화적 선택이 되도록 만든다. LP 열풍이 시사하는 것 결국 LP의 부활은 단순한 복고 현상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속에서 변화한 음악 소비 방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소비할 수 있는 ‘접근의 시대’를 열었다면, LP는 그 반대 지점에서 ‘소유’와 ‘경험’의 가치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소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오히려 느림과 불편함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LP의 인기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도 읽힌다. 이는 음악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감각과 경험을 포함한 ‘문화적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찬웅 기자
제 761 호 열심히 사는 척하는 시대, 미루기와 가짜 바쁨이 만든 함정
현대인은 늘 바쁘다. 해야 할 일은 늘 쌓여있고, 하루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바쁜 일상에서도 정작 중요한 일은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바쁜 것이 아니라, 바쁜 척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프로크라스티네이션’과 ‘가짜 바쁨’이라는 두 가지 심리적 현상에서 비롯된다. ▲바쁜 현대 사회인들의 모습(사진: https://naver.me/FFG0Cbsd)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의 원인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해야 할 일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행동으로, 단순한 게으름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이유는 과제가 주는 심리적 부담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시작 자체를 어려워한다. 여기에 막연한 불안감이나 해당 과제에 대한 흥미 부족까지 더해지면 미루는 행동은 더 강화된다. 결국 이러한 감정들은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고 싶다’라는 심리로 이어지며, 미루는 행동을 습관처럼 반복하게 만든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의 신경과학적 근거 이러한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의 이면에는 신경과학적 근거가 있다. 뇌의 변연계는 어렵거나 불쾌한 과제에 직면했을 때 즉각적인 회피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 중심에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불안을 처리하면서 우리를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처럼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행동으로 이끈다. 반면 장기적인 계획과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이 충동을 억제해야 하지만, 눈앞의 보상이 주는 유혹 앞에서는 변연계에 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심리학자 파이칠(Pychyl)과 시로이스(Sirois)가 제안한 ‘기분 조절 이론’에 따르면,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불쾌한 과제와 연관된 부정적인 감정을 잠깐이나마 피하려는 정서 조절 전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미루기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결과도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결국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과 뇌의 구조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가짜 바쁨의 심리적 기제 이처럼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아니다. 중요한 일을 미루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가짜 바쁨’이 등장한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이 회피의 출발점이라면, 가짜 바쁨은 그 회피를 유지하게 하는 연료인 셈이다. 가짜 바쁨은 심리적 방어 기제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인식이 불안감과 죄책감을 희석하는 역할을 한다. 즉,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견디기보다 다른 무언가로 스스로를 ‘바쁜 상태’에 놓아 두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피하려는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결국 가짜 바쁨은 단순한 딴짓이 아니라, 내면의 불안을 달래고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가짜 바쁨의 사회·문화적 확장 이러한 가짜 바쁨의 심리적 뿌리는 개인을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으로까지 확장된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활동 그 자체를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알림을 처리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도파민을 분비하며 작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느낌 자체가 습관처럼 굳어지기 쉽다. 또한 현대 사회는 바쁨을 일종의 성실함과 능력의 척도로 보는 경향이 있어, 실제 성과보다 ‘바빠 보이는 모습’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가짜 바쁨은 불안을 달래려는 개인의 내적 전략이자, 사회적 시선에 맞추려는 외적 반응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힘이 맞물릴 때 가짜 바쁨은 더욱 단단해지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벗어나기 어려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가짜 바쁨과 미루기가 만드는 착각의 악순환 가짜 바쁨은 일상 속에서 쉽게 발견된다.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되는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거나, 보여 주기 식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중요하지 않은 회의에 참석하는 행동들이 대표적이다. 대학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집중할 뿐 내용은 남지 않거나, 강의 시간에 필기하는 데 몰두하지만 정작 핵심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가짜 바쁨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인 목표나 성장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프로크라스티네이션과 결합된다는 점이다. 중요한 일을 미루는 대신 덜 중요한 일로 자신을 바쁘게 채우면서, 스스로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결국 개인은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게 되고, 진짜 해야 할 일은 계속 뒤로 밀려난다. ▲ 기사와 관련된 이미지 (사진: Chat GPT) 본질적으로 생산적인 행동은 사고를 필요로 하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성장이나 커리어와 연결된다. 반면 가짜 바쁨은 깊은 사고 없이 반복되는 ‘노동’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가시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타인의 시선에 의해 ‘바빠 보이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행동에 집중하려는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짜 바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목적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다. 외부의 요청이나 타인의 시선이 개입되는 활동은 일정한 시간에 제한적으로 처리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중요한 과제에 온전히 집중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바쁨을 넘어,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시간을 사용했는가이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과 가짜 바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회피 대신 중요한 과제에 집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 나아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으로 행동을 선택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결국 진짜 생산성은 ‘바쁜 상태’가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은 가짜 바쁨과 진짜 생산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며, 행동의 방향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된다. 바쁨은 노력의 증거일 수는 있지만, 성과의 증거는 아니다. 이제는 바쁘게 보이는 삶이 아니라, 실제로 중요한 것을 이루어내는 삶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다. 이윤진 기자, 서성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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